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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매매방지법 ’관습헌법’따르면 위헌?
성매매방지법 ’관습헌법’따르면 위헌?


△ 바람에 펄럭이는 헌법재판소 깃발. 헌재가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 위헌 결정에 '관습헌법' 개념을 도입한 걸 두고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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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석] 관습헌법 첫 적용 위헌결정 계기로 대상·범주 논란

    “우리 헌법 규정에는 ‘성매매는 직업선택의 자유에 해당한다’라는 명문의 조항이 존재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성매매는 인류 최초의 직업이었다. 일찍이 조선시대에 관기라는 공창제도가 있어, 남성들의 행복추구권의 한가지로 폭넓게 인정되었다.

    고을 수령이 기적(기생 명부)을 만들어 공식적으로 관리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기생을 거느리는 것은 지방관료의 중요한 공무였던 것이 명백하다. 1910년 한일합방 뒤에는 관기가 사라졌으나 직업적 성매매는 계속됐으며, 해방 뒤 현재까지 살펴봐도 성매매가 생계를 위한 직업이라는 점에 대한 우리 국민의 전통적인 법적 확신이 확인된다.”

    성매매특별법 시행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민간경제연구원 원장, 현역 군인, 대학생 등이 청구인단을 구성해 “국민투표 없이 성매매를 금지함으로써 헌법이 보장한 국민투표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등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낸다면 헌법재판소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헌재 결정문 참조)

    “성매매는 인류의 첫 직업…직업선택 자유 제한은 위헌?”


    △ 헌재의 논리대로라면 성매매 특별법은 관습헌법상 위헌일까. 지난 19일 서울 청량리역 앞에서 성매매 여성들이 '직업자유'와 '생존권 보장'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헌재는 “인류 최초의 직업은 성매매였다”는 인류학자들의 주류적 견해와 “인류 최초의 직업은 성매매 알선(포주)이었다”는 여성학자들의 주류적 견해를 받아들일까. 그래서 ‘성매매는 직업선택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관습헌법을 폐지하지 않는 한 어떤 형태의 성매매 금지도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을 내릴까.

    행정수도를 옮기려면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을 폐지해야 하고, 이 관습헌법을 폐지하려면 국회의원 제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헌법 개정안을 만든 뒤 국민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21일 헌재가 내린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 위헌 결정은 ‘관습헌법’에 대한 다양한 관심을 낳고 있다.

    특히, 관습헌법의 대상과 범주를 어떻게 정할 것이냐는 문제는 두고두고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헌재 결정 직후 한 시민단체가 발표한 입장은 이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호주제·동성동본 혼인금지도 포함해야”

    “헌재의 논리대로 관습헌법을 인정하고 이를 성문헌법과 동일한 규범적 효력을 갖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관습헌법에 해당하는 사안은 도대체 무엇인가? 최근 여야 공히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호주제나 동성동본 혼인금지도 오랜 기간 지속된 관습이었다는 점에서 헌법개정사항이란 말인가?

    왕조시대의 법전인 경국대전까지 거론하며 수도를 관습헌법으로 규정한 헌재의 해석대로라면 조선시대 중기부터 이어져왔던 장자상속 관념을 포함한 민법조항을 개정한 것도 헌법개정을 거치지 않고 하위법에서 개정한 것이기에 위헌이라는 말인가?”(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물론 성매매나 호주제, 동성동본 혼인금지, 장자 상속 등이 관습헌법의 범주 안에 든다고 곧이곧대로 말하기는 어렵다. 법학적으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호주제나 동성동본 혼인금지, 장자 상속 등이 헌법 개정 사항에 드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성매매나 호주제 등이 명백히 관습헌법의 범주 안에 들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지적한다.

    관습헌법의 대상 범주는 십인십색

    적어도 헌재의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에 대한 위헌 결정의 논리대로라면 그렇다는 얘기다. 김형성 성균관대 법대 교수는 “성매매 문제도 관습헌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지만,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고 설명했다. 김두식 한동대 법대 교수도 “헌재 논리대로라면 관습헌법에 든다고 주장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관습헌법에 대한 학계의 가장 보편적인 정의는 ‘국민기본권이나 통치구조 등 헌법사항이면서도 상당기간 다수 국민에 의해 강제력이 있는 규범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렇다면 관습헌법의 대상 범주는 어디까지일까. 이에 대한 명쾌한 대답은 기대하기 어렵다.

    김형성 교수는 “관습헌법의 대상 범주는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지봉 건국대 법대 교수는 “보는 각도에 따라 관습헌법에 포함될 수도 있고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이는 관습헌법이 그만큼 추상적이고 불확정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성매매 문제까지도 관습헌법의 기본권 보호 범위에 드느냐를 두고 논란을 벌일 수 있는 건 관습헌법 자체의 본질적 특성이라기 보다는 헌재의 논리 비약에 따른 것이라고 이들은 지적한다.

    관습헌법은 국민의 상식 안에 존재


    △ 지난 21일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의 위헌 결정을 발표하는 9명의 헌재 재판관들. 사진공동취재단



    임지봉 교수는 “87년 헌재 설립 이후 헌재의 결정에 관습헌법이 인용되기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전적으로 성문헌법만으로 모든 헌법적 판단을 내릴 수는 없기에 외국에서도 관습헌법을 적용하고 있다”며 “중요한 건 관습헌법이 추상성과 불확정성 때문에 성문헌법을 보충하는 수준에서 지극히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두식 교수는 “관습헌법은 사실과 규범에 근거하는데 사실관계가 맞다고 해서 모두 규범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북한정권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지만 규범으로 승인하는 건 다른 문제인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또 “모든 관습이 관습헌법의 범주 안에 드는 것도 아니다”며 “관습헌법은 문자화되지 않았을 뿐 성문헌법을 만든 사람과 이를 지켜온 사람들의 머리 속에 상식 수준에서 헌법으로 실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헌재의 이번 결정은 어땠을까. 임지봉 교수가 보기에, 헌재는 이번 결정에서 관습헌법을 성문헌법의 보완적 수단으로 제한적으로 사용한 게 아니라 유일무이한 판단의 근거로 사용했다. “성문헌법에 추상적이나마 ‘수도=서울’이라는 해당 조항이 있고, 특별법이 관습헌법에도 위배되며, 전체 헌법정신에도 위배되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논리가 구성돼야 한다는 얘기다.

    김두식 교수는 “성문헌법을 만든 사람과 이를 지켜온 사람들의 머리 속에 ‘수도=서울’은 헌법사항이라는 생각이 실재하느냐가 문제인데, 난 서울에서 태어나 헌법을 지키며 법을 공부하고 살았는데도 그게 헌법사항이라는 생각은 한번도 해보지 못했다”며 “수많은 사람들이 헌재의 논리에 충격을 받았다면 그런 관습헌법은 헌법이 아니라 작위적인 논리 비약이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관습헌법은 헌법재판관 머리속의 생각?


    △ <문화일보> 22일치 3면 만평. 이재용 화백

    헌법재판소가 말하는 관습헌법은 누구의 머리 속에 있는 상식일까. 이재용 화백의 <문화일보> 22일치 만평은 헌재의 이번 결정을 헌법 첫 페이지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조항이 관습헌법 첫 페이지 제1조1항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다’로 대체한 것으로 빗대었다. 행정수도 이전의 정략적, 정파적 이해를 떠나, 헌재의 이번 결정은 두고두고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헌재는 앞으로 엄청난 과로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성문헌법에 나와 있지 않은 사항에 대해 ‘관습헌법’에 따라 위헌 결정을 내려달라는 온갖 요구가 폭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매매특별법은 위헌일까? 헌재에 물어봐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성매매 특별법이 관습헌법에 위배되는지 판단할 수 있는 곳은 헌재밖에 없다. 아니 9명의 헌법재판관밖에 없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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