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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재주보다 생각을 키워라
글재주보다 생각을 키워라”   2006/03/28 17:26 추천 0    스크랩 0

논술, 믿을 곳이 없다 
"시사잡지·신문의 특집기사처럼 정제되고 논리적인 글이 큰 도움"

 

앞으로 대학 논술에선 여러 교과목의 내용을 포괄하는 문제가 제시되는 통합교과형 논술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지난해 11월 28일 ‘2008학년도 통합형 논술고사 예시문항’을 발표했고, 주요 사립대학은 이미 이 같은 유형의 문제를 수시입학전형 논술에서 선보였다. 서울대의 통합형 논술고사 예시문항에서 볼 수 있듯이 통합형 논술고사엔 보통 제시문의 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능력 못지 않게 각각의 제시문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능력이 중요시된다.

 

또한 앞으로는 자연계 학생도 수시는 물론, 정시모집에서도 논술시험을 치러야 한다. 이는 2008학년도부터 수능이 등급제로 전환됨에 따라 각 대학이 학생선발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논술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자연계 정시논술은 현재 시행하고 있는 수시입학전형의 유형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려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은 지난 2월 21일 교육부가 이들 대학의 2006학년도 수시2학기 전형 논술문제가 교육부가 제시한 논술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고 발표함에 따라 새로운 문제유형을 개발해야 할 입장에 놓여있다. 작년 8월 31일 발표된 교육부의 논술 가이드라인은 영어 제시문 출제 금지, 자연계 수리 논술에서 정답 및 풀이과정 요구 금지 등을 골자로 한다.

 

주요 대학의 논술 출제 경향과 그에 따른 수험생의 대비요령을 각 대학 관계자들로부터 들어보았다. 고려대는 “논술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인터뷰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윤희원 국어교육과 교수·전 논술 출제위원

 

|서울대학교|

2005년 11월 28일, 서울대학교는 2008학년도 입시부터 시행할 통합교과형 논술 예시문항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08학년도부터는 기존의 2500자 내외 단일문제 대신 300~1600자 분량의 ‘세트형’ 복수 문항이 출제될 예정이다. 현재 서울대학교는 인문계열에 한해 수시 2학기 특기자 전형과 정시모집 전형에서 논술 고사를 시행하고 있다.

 

통합교과형 논술에 대해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윤희원 교수는 “학생들은 수능 공부에만 매달려 있다 보니 자신이 지니고 있는 지식으로 단편적인 답을 작성하는 데만 익숙하다”며 “통합교과형 논술은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는 문제를 통해 학생들이 교과 과정에서 배운 각 교과의 지식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해 논리를 전개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 논술과의 차이점에 대해 윤 교수는 “좀 더 깊이 있는 사고를 요하는 논술 형식이 될 것”이라며 “원론적인 텍스트에서 교과 과정, 사회적인 현상에 대한 분석까지 연결되는 유기적인 답안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논술을 채점하는 데 있어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에 대해서는 “논리력과 사고력이 논술 점수에 있어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논술은 작문 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글 쓰는 기술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자신의 생각이 없는 글이나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자의적인 해석을 통해 문제를 푸는 학생인 경우 좋은 점수를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요즘 청소년 세대의 사명이 무엇인가’라는 문제에서 출제자의 의도는 청소년으로써 수험생 본인이 이뤄낼 수 있는 사명을 묻는 것이었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세대차이 해소’와 같은 사회적·제도적 문제와 연관시켜 답안을 써냈다. 윤 교수는 “이렇게 출제자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답안이 나오는 것은 학생들이 획일화된 사고를 하고 글 쓰는 기술만 익힌 데 따른 폐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교과서와 고교 과정에서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텍스트를 읽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한 신문이나 잡지의 특집기사 등 정제되고 논리적인 텍스트는 읽어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논술 공부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재용입학관리처장

 

|연세대학교|

연세대학교 입학관리처장 이재용 교수는 “수능이 학생들의 등위를 구분 지어주는 척도인 반면에 논술은 연세대학교에 가장 적합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척도”라고 말했다. 연세대는 현재 정시모집에서만 논술고사를 시행하고 있다. 시사적인 문제보다는 원론적인 문제가 많이 나오는 연세대학교 논술에선 일관성 있고 깊이 있는 사고를 하는 학생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 교수는 “주변 사물, 사건에 대해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일관성 있게 제시하는 학생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올해 초 치러진 2006학년도 정시 논술에서는 7개의 제시문을 통해 ‘불안’이라는 주제를 도출하는 것이 첫 번째 관문이었다. 이 교수는 “제시문 분석을 통한 요지 파악과 사회현상과의 적합한 접목, 그리고 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유기적으로 펼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점이었다”며 “지문에 대한 이해와 분석은 뒷전이고 현상 나열 또는 양비론, 양시론과 같은 답안은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2008학년도 입시안에 대해서는 “논술의 기본적인 평가 방식인 비판력, 창의력, 논리성에 기초를 두는 것은 변함이 없을 것이지만 수능의 배점 방식이 바뀌고 학생부 평가 방식이 바뀌는 만큼 좀 더 변별력 있는 평가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논술의 채점 기준은 독해력, 창의성, 논리의 일관성, 표현력 등의 크게 네 가지 항목으로 나뉘고 각 항목당 배점은 비슷하다. 다만 네 가지 항목 가운데 지문을 이해하고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는 독해력과 의견을 피력하는 논리의 일관성 부문에서 가장 변별력이 크게 나타난다.

 

이 교수는 “논술은 학생의 글 쓰는 기술을 측정하는 수단이 아니라 얼마나 생각하는 훈련을 많이 하고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피력할 수 있느냐를 측정하는 시험”이라고 말했다. 교과서나 신문, 잡지의 기사를 읽고 충분히 이해할 것을 추천한다. 이 교수는 “교과서나 신문, 잡지의 텍스트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주변 사람과 텍스트와 관련해 토론, 토의의 과정을 거친다면 자신도 모르게 논술을 잘 치를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영수 입학처장

 

|서강대학교|

서강대는 2006학년도 수시2학기 전형 논술부터 전공에 따라 논술문제를 세 가지 유형으로 출제했다. 우선 문학·인문·사회과학 계열은 인문·철학적인 주제를, 경영·경제 계열은 경제와 관련된 주제를, 자연 계열은 풀이과정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이과생의 창의력을 평가할 수 있는 문제를 냈다. 서강대 입학처장 김영수 교수는 “계열별로 주제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전공에 따라 논술준비에서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다”며 “작년 9월 이와 같은 형식의 예시문항을 공개했고 2008학년도부터는 정시 논술에서도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중 자연계 학생이 치르는 수리논술이 문제풀이과정을 요구하였다는 이유로 논술가이드 라인 위반사례로 지적됨에 따라 이에 대해서는 다른 유형의 문제를 개발할 예정이다.

 

서강대 논술의 특징은 500~600자 내외의 짧은 글 세 편을 적어내도록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고도로 훈련되어 있지 않으면 짧은 글을 제대로 쓰기가 어렵다”며 “짧은 글을 쓰는 연습을 하면 긴 글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2007학년도 입시부터는 세 문제 중 한 문제는 1200자 내외의 긴 글을 포함할 방침이다. 제시문은 보통 4~5개 정도 주어진다. 제시문이 고전보다는 신문사설이나 출간된 지 5년 안팎의 비교적 최근에 쓰인 글에서 발췌된다는 점도 유념할 부분이다.

 

500~600자 내외의 짧은 글을 써내야 하다 보니 형식을 갖추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김 교수는 “적지 않은 학생이 형식에 얽매여 기승전결 구조를 갖추려고 하다 보니 서론만 200~300자씩 써내곤 한다”며 “짧은 글 속에서 지시사항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논지를 잘 전개했느냐를 보기 때문에 형식은 파괴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수험생이 흔히 저지르는 잘못으로 “자기 주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극단적인 사례를 드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소화하지 못하는 인용구를 앞뒤 문맥에 상관없이 끌어다 쓰는 것도 피해야 한다. 김 교수는 “문제를 정확히 읽지 않고 답안을 작성하는 학생이 의외로 많다”며 “논술은 자신의 생각을 쓰는 것이지만 어디까지나 출제자가 의도한 범위 내에서 그렇게 해야 한다. 반드시 주어진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 한선해 입학처장

 

|성균관대학교|

성균관대는 작년 초 ‘자연계 통합형 논술 개발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에 따라 2006년 수시2학기 전형에서 새로운 통합교과형 자연계 논술 문제를 선보였다. 같은 시기 새로운 형태의 통합교과형 논술문제를 출제한 서강대, 이화여대 등은 지난 2월 말 교육부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들 대학이 새로운 유형의 문제를 개발해야 하는 데 반해 지적사항이 없었던 성균관대는 현재의 문제유형을 그대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성균관대 입학처장 현선해 교수는 “2007학년도 입시는 물론 이후에도 지금과 같은 형식의 통합교과형 논술을 출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교수는 “성균관대 언어 논술(인문계)의 특징은 표나 그래프와 같은 통계자료를 분석하고 지문과 연결시켜 논리를 전개하는 능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출제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2006학년도 수시2학기 전형에선 한국과 미국의 자살률 및 평균수명을 나타낸 2004년도 통계청 자료가 제시되었다. 현 교수는 채점기준에 있어서는 “제시문에 대한 이해력 및 내용의 충실성을 가장 중시한다”고 말했다. 답을 쓸 때는 “남과 달라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진 나머지 억지로 창의력을 부리려 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또 문맥에 맞지 않게 학원에서 배운 듯한 고등학교 수준을 넘어서는 어휘나 문장을 쓰려고 노력하거나 너무 복잡하거나 장황하게 글을 전개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평소 책이나 신문에 실린 도표나 그래프를 본문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과 연결시켜 이해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자연계 논술은 문제와 함께 12개 안팎의 짤막한 예시문과 제시문이 주어진다. 여기서 제시문을 모두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주제와 연관된 것만 골라낸 후 문제해결을 위한 가설을 세워야 한다. 다음엔 선택한 제시문을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어떻게 증명할지를 서술한다. 현 교수는 “어떤 지문을 골라내느냐가 중요하다”며 “문제의 의도를 잘못 이해하면 회복이 힘들다”고 말했다. 인문·자연계 모두 주어진 시간은 150분이고 글자 수에 제한은 없다.

 

⊙ 황규호 입학처장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여대는 2006학년도 수시2학기 전형에서 출제한 논술문제가 인문·자연계열 모두 교육부가 제시한 논술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화여대는 애초 이 문제를 2007학년도는 물론 향후 통합형 논술의 모델로 삼을 계획이었으나 이번 사태로 방향을 선회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화여대 입학처장 황규호 교수는 “구체적인 위반사례를 지적해주지 않아 지금으로선 어떤 식으로 문제를 개정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어쨌든 새로운 예시문을 개발해 5월쯤 공개하고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모의고사를 치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앞으로 출제될 문제유형에 대해선 현재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이 없다. 다만 이화여대의 2007학년도 입학전형에 따르면 수시전형 논술은 언어·수리 논술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통합하여 인문·자연계열별로 각각 실시하도록 되어있다. 주어진 시간은 150분 내외다. 황 교수는 “본래 인문계, 자연계 각각 8문항을 출제하려 했으나 이번에 교육부에서 문항이 많은 것을 문제 삼은 것 같아 아무래도 문항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의 논술 가이드라인 위반과 관련해 교육부가 보내온 공문에는 어떤 부분이 어떤 이유에서 논술고사의 범위를 벗어났는지는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다.

 

논술 답안 작성시 조심해야 할 점으로 황 교수는 “요즘 학생들은 감각적인 언어에 익숙해서인지 광고 카피처럼 선정적인 문구를 서두에 배치하는 경향이 있다”며 “논술은 차분하게 자신의 논지를 전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제시문을 인용할 때 너무 길게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는 글자 수를 채우려 한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제시문을 인용할 때는 핵심 내용만 요약 하도록 한다.

 

<김재곤  주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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