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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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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선교사 19명 논술 마라톤 회의(중앙일보)
전국 일선 고교의 논술 담당 교사들이 공교육 논술의 문제점과 고민, 열정을 쏟아냈다. 23일 오후 6시30분부터 중앙일보 대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는 오후 11시 30분까지 5시간 동안 진행됐다. 교사들은 진솔하게 학교 현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해법과 방안도 제시했다.

이날 토론에는 부산.광주 등 지방에서 참석한 교사들도 함께하며 지방의 어려움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중앙일보는 전국의 논술담당 교사 19명이 장장 5시간 동안 벌인 '마라톤 토론회'내용을 ▶공교육 논술의 문제점과 교사들의 고민▶각 학교들의 다양한 시도▶대학.학부모.언론에 대한 바람▶교사들의 자성 등 4개 분야로 정리했다.





"논술 비법 알려 달라는데 비법이 어딨나"
'최고'들이 말하는 학교 현장의 고민


중앙일보에 모인 교사 19명의 토론과정에서는 공교육 논술의 문제점과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논술교육이 뭔지에서부터 교사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 교사는 "사교육이 공교육보다 논술에서 앞선다는 걸 인정하자"고 주장했지만 다른 교사들은 "우리가 제대로만 한다면 논술은 절대로 사교육이 공교육을 앞지를 수 없다"고 말했다.

◆ 논술의 개념부터 헷갈린다=일부 교사는 논술을 '대입을 위한 특별한 수업'으로 받아들였다. 다른 교사들은 '자기 주장을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는 방법과 태도를 가르치는 것'으로 이해했다. 토론이 진행되면서 교사들은 "논술이 대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논술은 특정 교과목이라기보다는 논리적 사고의 방법"이라는 쪽으로 의견을 수렴해 갔다.

▶백춘현=논술이 통합형이네, 다면적 사고력 논술이네 하면서 혼란스럽기만 하다. 논술은 문제해결을 위한 논증적 글쓰기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읽을 것인지뿐 아니라 어떻게 읽을지를 가르쳐 줘야 한다.

▶박제원=논술에 대해 누구는 글쓰기라고 하고 일부는 사고력의 영역이라고 한다. 논술은 학생들에게 종합적이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교사가 얼마든지 수업시간에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종합적 사고능력을 길러줄 수 있다. 서로 흩어져 있는 지식들을 모아 종합할 수 있는 능력을 교사들도 가르칠 수 있다.

▶정규희=교사들도 자기 과목을 연구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데 논술만큼 좋은 것이 없다. 개인적으로 학생들과 대화를 많이 할 수 있고, 동료교사들과 팀 티칭을 통해 서로 배울 수 있다. 논술이 대학입시에 너무 치중되는 게 안타깝다.

◆ 현장의 어려움 크다=공립학교의 경우 교사들이 전근을 가기 때문에 팀 티칭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국어교사들은 "통합논술이라고 해서 국어시간에 물리, 화학 같은 다른 과목까지 가르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논술에는 특별한 비법이 없는데도 학부모와 학교 측은 그런 단기 해결책을 원한다는 불평도 나왔다.

▶기원서=2008년 통합논술은 정말 난감하다. 내가 가르칠 주제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다른 교과목(예를 들어 과학 같은)에서 지문을 찾아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 논술이란 교과목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작문.독서.화법 시간에 논술을 가르친다.

▶황준연=공립학교에선 4년마다 교사가 전근을 간다. 그러니 여러 교사가 모여 한 주제를 가르치는 드림팀 구성은 어렵다. 현재 학년별로 주로 국어 교사가 논술을 담당하는데 한 학년 2~3명의 국어교사가 전체를 관리하는 건 무리다.

▶송국현=지난겨울에 교육청 논술직무연수를 들었는데 우리 학교 사정과 맞지 않는 것 같아 그냥 돌아왔다.

▶김성학=50분짜리 수업시간에 교사가 내신과 수능과 논술을 효율적으로 가르치긴 어렵다. 교과 과정을 개편해야 한다. 논술이 정말 필요하다면 논술교재를 마련하는 것도 절실하다.

▶최균성=공교육에 대한 불신 때문에 실력 있는 교사들조차 무기력증에 빠진다. 담임을 맡고 행정 업무에 치여 논술 지도를 하려면 퇴근 후 시간을 내 출제 경향을 파악하고 수업 준비를 한다.

▶윤상철=학생들이 '논술을 잘할 수 있는 비법'을 요구할 때 어려움을 느낀다. 비법이 어디 있나. 단계별 또는 점진적으로 글을 쓰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학생들이 이런 과정을 이해하지 못해 마음이 무겁다.

◆ 공교육의 장점이 있다=교사들은 학교에서 장기적인 프로그램을 짜서 지속적으로 지도하면 창의력과 사고력이 몰라보게 좋아지게 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문미향=세상이 변했고 교육 현장도 변해야 한다. 주입식으로 가르치면 요즘 아이들은 따라오지 않는다. 논술 자체는 우리가 당면한 공교육의 위기에서 벗어날 기회다. 공교육에는 사교육이 절대로 따라올 수 없는 게 있다. 사교육은 근본적으로 시장논리다. 효율성이 작용하므로 기다릴 수 없다. 정답을 가르쳐 준다. 사교육은 그래서 단기 완성이다.

▶권희정=사교육이 논술 문제풀이팀으로 간다고 공교육도 쫓아가면 우리의 장점을 버리는 셈이다. 공교육은 1년 단위로 움직인다. 아이들을 가르칠 1년의 시간이 있다. 교사마다, 교과마다 사정에 맞게 잘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할 수 있다.

▶홍장학=논술은 모든 학생에게 필요하다. 이성적 토론이 가능한 성숙한 사회로 가기 위해서 그렇다. 학생이 이의를 제기하고, 교사도 자기 주장이 틀렸다면 그걸 폐기하는 '담론의 민주화'가 있어야 한다. 논술이 단순히 교과목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교사들도 논술을 과목이 아니라 지식을 가르치는 전달과정과 교수방법으로 논술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봉형=우리 사회는 점차 수평적 사고를 원하는 쪽으로 이동해 가고 있다. 사고력과 비판력을 키울 수 있는 논술은 이런 사회를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삶의 도구다. 교사들이 학교에서도 논술을 가르칠 수 있다는 마인드 전환이 필요하다.





"유명 학원강사 불러 강의 맡겨"
"교사들은 서로 논술 지도 기피"
논술 교사들의 반성


"사교육은 이미 많은 준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학교는 이제야 시작이다. 과연 공교육이 사교육을 이길 수 있을까. 이제부터라도 반성하고 논술 교육과정도 만들고 해야 하지 않을까."(명덕외고 송국현 교사)

이날 토론에서 공교육 논술 담당 교사들의 반성도 있었다. 그동안 경쟁력을 키우는데 소홀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봤다.

이봉형(광주 풍암고) 교사는 "방학때는 논술 교육 받으러 한꺼번에 40~50명씩 서울로 간다. 서울 다녀온 아이들의 답은 학원용 답이 된다"고 말했다. 지방의 교사들은 "논술 사교육이 별 효과가 없다는 걸 학생이나 학부모도 안다. 그런데도 서울로 달려가는 걸 막아보려고 사정했지만 말을 안 듣는다"고 말했다. 지방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으러 상경하는 현상에 대해 일선 교사들은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원희(잠실고) 교사는 그런 예로 "유명하다는 서울의 모 학원 강사가 학생 한 명당 15~20만원씩 받아 '서론.본론.결론 쓰기' 식의 강의를 맡는 일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학교가 공교육을 스스로 무력하게 하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것이었다.

동료 교사들에 대한 서운함도 있었다. 기원서(인천송도고) 교사는 "선생님들에게 논술을 같이 가르치자고 하면 발을 뺀다"고 말했다. 강호영(성남고) 교사는 "그동안 너무 불평만 하지 않았나 스스로 반성한다"고 말했다.

윤상철(경희여고) 교사도 "화가 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하자. 우리가 사교육보다 뒤졌다. 하지만, 점차 (수업 방식등을)바꿔나가면 앞설 수 있다"고 말했다. 논술에 대한 교사들의 태도 변화, 수업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는 "통합형 논술을 시행하는 서울대가 문제가 아니라 논술이 시행된 지 10년 됐는데 그동안 준비 안한 공교육이 문제"라며 "사교육과 경쟁하려 하지 말고 지금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해야한다"고 말했다. 홍장학(동성고) 교사는 "논술은 학생과 교사 간 수평적인 논의 구조가 이뤄져야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전국 고교에서 논술을 가르치는 현직 교사 19명이 23일 중앙일보 대회의실에 모여 밤 늦도록 공교육 논술 정상화 방안을 놓고 토론하고 있다.김태성 기자


"학교 여건에 맞게 … 길은 여러가지 있다"
우리학교는 이렇게 가르친다 대안


공교육의 논술 해법이 있을까. 교사들은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섯 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물론 어느 유형도 정답은 아니다. 권희정(상명대 부속여고) 교사는 "논술에 정답이 없는 것처럼 10개 학교에 10개의 모델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평촌고의 '학생 주도 수업'=일반 교과 수업시간에 시행하는 논술교육이다. 문미향 교사는 "교사의 일방적인 지도는 가급적 배제하고, 학생들의 반응과 목소리에서 출발한다"고 소개했다. 학생들이 4~5명씩 모둠을 구성해 교과 내용을 토론하고,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도록 기다려 준다는 게 수업의 특징이다. 교사들이 학생들의 반응이 나오기 시작할 때까지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 동북고의 '팀 티칭'=이 학교 강현식 교사는 "팀 티칭은 여러 과목의 분절된 지식을 연결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현재는 고1을 대상으로 방과 후 수업시간에 수학.과학.윤리.경제 과목 교사들이 모여 함께 가르친다. 수업이 끝난 다음엔 문장 쓰기, 개요 잡기 수준을 학생들에게 요구한다. 서울 등 여러 교육청들은 이런 동북고 방식을 채택하도록 일선 학교에 권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잠원고 이원희 교사는 "통합교과형 논술은 과목의 칸막이를 없애는 것이지 반드시 여러 교사들이 함께 가르쳐야 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 상명대 부속여고의 '독서토론'=학생 주도형이라는 점에서 평촌고의 유형과 비슷하다. 학생들은 교사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서로 발제하고, 토론하는 방식이다. 다만 방과 후 수업시간에 원하는 학생만 이런 수업을 받을 수 있다. 학생 수가 많아질수록 수업 진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 민족사관고의 '3단계 방식'=백춘현 교사는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고력을 키워주기 위해 3단계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1단계는 논술이 어떤 것인지 개념을 잡아주는 예비 기초교육이며, 전교생들이 다 받는다. 2단계는 각 교과의 교사들이 교과 내용을 가르친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자신의 글쓰기 스타일을 만들어간다. 2학년 말에는 배운 것을 종합하는 논문(A4 용지 10장 분량)을 쓴다. 학생들은 친구의 글에 대해 평가를 한다. 일종의 동료 첨삭(peer tutoring)이다. 학생들끼리 토론을 통해 평가와 문제 지적과정을 거치고 마지막에 교사가 첨삭한 모범답안을 보여준다. 깊이 있고, 개성이 담긴 글을 쓰는 훈련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학생들의 실력 차가 크게 나는 평준화 교실에서는 도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 송도고.개금고의 '통합수업'=인천 송도고 기원서 교사는 "교육청 단위로 논술 중심학교를 만들어 주변 학교와 팀을 짜서 수업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지역 내 4~5개 학교 논술 교사들이 각 학교를 순회하며 강의하는 방식이다. 학교 간 벽을 허물고 우수 교사의 수업 방식을 여러 학교가 공유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같은 통합 수업 방식이 일반 교과수업에서 도입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러다 보니 논술 수업을 받기 원하는 일부 상위권 성적의 학생들만 수업의 혜택을 받는다는 한계가 있다.




공교육 현장의 호소

논술 교육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교사는 없었다. 경기도 평촌고 문미향 교사는 오히려 "현재의 공교육 위기를 탈출할 유일한 기회이자 교사와 학생들이 모두 변할 수 있는 계기"라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대학들이 수시로 논술 유형을 바꾸고 기준도 제각각이어서 학부모와 학생, 교사를 혼란스럽게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 입시 문제 일관성 있어야=서울 잠실고 이원희 교사는 "논술은 성숙한 민주사회로 가는 과정일 뿐인데 서울대가 통합논술을 모르면 바보인 것처럼 국민을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년이 멀다 하고 단독과제형에서 고전형 철학형으로, 다시 통합논술로 바꾸는 것이 대학끼리 하는 밥그릇 싸움으로 보인다. 서울대가 원죄가 있는 만큼 철학 중심으로 어렵게 쓰는 식의 논술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성남고 강호영 교사는 "논술이 입시의 틀로 들어온 순간 '공교육의 적'이 되고 있다"며 "대학들이 일관성을 갖고 문제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희여고 윤상철 교사는 "교사들이 서울 시내 대학의 예시 문제나 기출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으로 고교가 대학 입시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 "교사가 논술 열풍 진정시키자"=서울 세화여고 문우일 교사는 "대학이 논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맞받았다. 논술이 입시에서 사라진다면 논술에 대한 관심 역시 사라져 창의적 교육이 다시 후퇴하게 된다는 것이다. 교사들이 학부모들의 오해를 풀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서울대 논술 비중이 30%까지 높아지자 마치 강남에서 논술 과외를 받지 않으면 유명 대학에 진학할 수 없는 것처럼 잘못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불안감 때문에 학부모들이 자녀를 학원으로 떼미는 것은 이해하지만 공교육이 노력하고 있고, 희망도 보이고 있으므로 믿고 기다려 달라"고 주문했다. 서울 서라벌고 김성학 교사는 "논술식 수업에서 3분의 2는 쫓아오지 못하는데 그런 학생들까지도 논술을 강요하는 것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반론도 나왔다.

언론의 보도 방식도 뜨거운 주제였다. 잠실고 이 교사는 "언론이 논술 섹션을 만들어 한 번은 사교육을 띄우고, 한 번은 공교육을 띄우고 하다 보니 논술 거품이 생겼다. 교사들의 가슴에 멍을 남기고 학부모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팀 = 양영유.강홍준.이원진.김은하.박수련 기자<yangyy@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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